이창동, <시> 시가 죽은 세계에서 시가 되어 아름다운 추락에 이르다. [리뷰]영화, 이것은 삶이다






1. ‘ 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속 김용탁 시인의 시 강좌에서 시라는 것은 주의 깊게 을 통해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본다는 건 내면에 깊게 이입하는 추체험을 말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시 강의의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 발표에서 보여주듯 단순히 행복한 기억이라기보단 내면에 침투하여 존재를 울리는 것으로 이해된다.

  미자는 수업에서 배운 것을 너무 깊게 받아들이고야 만다. 그래서 계속 보려고애쓴다.

  미자는 성폭행 후유증으로 자살한 희진을 보려고 애쓴다. 교회에 가보고 성폭행의 장소였던 과학실에도 가본다. 심지어 희진이 투신했던 곳에도 가본다. 그 곳에서 익사한 희진을 재현하려는듯 미자는 비를 가만히 맞고 있는다. 희진을 기억하기 위해 희진의 사진을 식탁에 놓아두기까지 한다. 미자는 희진을 필사적으로 재현하듯이 추체험한다. 그렇게 미자는 희진이 된다.

  성폭행 사건을 그저 처리해야 할 문제 정도로 여기는 가해자 가족 모임은 희진에게 깊게 몰입하려는(그리고 몰입에 성공한) 미자와는 대척점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2. 시, 그 무거움

 


  미자의 진정성 앞에서 낭송회에서 읊어지는 시들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낭송회의 시들의 외양은 시(poet)이지만 시적(poetic)이지는 않는다. (소위 겉멋만 들었다고 표현하는 그런 시다)

  필사의 을 통해 미자는 희진이 되는 경지에 이른다. 자신의 손자를 고발하는 것은 정의감의 발로였기 보다는 진정성 있게 시를 쓰려고 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미자는 시를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시를 쓴 사람은 미자 뿐이다. 아래에 그 시를 남겨본다.

  










아네스의 노래 / 詩.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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